제목: 멋진 일탈
이름: 서정애
등록일: 2008-12-17 11:24
조회수: 6363 / 추천수: 723
<힐튼 호텔 출발, 모롱이 키큰 두 그루 나무 즈음>
<언덕길 해넘이>
<씽씽 달려 친구 기다리며 올드팝 듣던 집 앞>
<백조유람선 선착장 광장의 야경 1>
<백조유람선 선착장 광장의 야경 2>
" 안녕 오늘 오후 약속 있나???"
"날이 좋타. 보문 가서 친구한테 커피한잔 사달라하고 얘기하고 스트레스 좀 풀고."
어제 오후에 날아온 경주에서 자전거 타자는 메세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동기로부터 온 것입니다.
안그래도 팍팍한 겨울일상에 눈이 번쩍, 오케이 답신을 보냈습니다.
필이 꽂히면 물불 가리지 않는 행동파 답게.
살짝 사브링 쳤죠. 퇴근후는 당연 어두워 자전거 못 타니까.
해넘이 시작 무렵의 보문호는 아름다웠습니다.
훌훌 벗어 개운한 겨울나무들의 가지들은 서로 몸부대끼며 온기를 나누고
검붉은 하늘을 나는 새 몇마리 겨울애상을 더하고......
찌든 내장을 단숨에 훑어내리는 겨울바람을 감으며 달렸습니다.
있는 힘 다해 신나게 페달 밟았습니다.
노을진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향에 취했던 힐튼호텔 커피숍,
친구의 경주 사는 친구가 사준 향좋은 커피였어요.
음영짙은 겨울나무숲길, 그들의 땅밑 열정의 소리 들으며
자유란 '타인의 구속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구속시키는 것'이라는 말 생각했습니다.
스스로를 좀더 모질게 구속하여 자유인이 되고자 다짐합니다.
문득 친구 진숙이와 산벚꽃 피는 봄날이면 사부링까서(순전히 그녀 표현, 점잖은 저야...)
영덕 달산 소롯한 길 넘어 청송 주산지 다녀오던길, 영해서 영양 넘어가던길....
봄이면 열병처럼 봄꽃 따라 사부링 쳤던 생각 났습니다.
일탈의 짜릿함은 에너지원이 되어 최상의 매운탕으로 저녁식탁 차렸습니다.
가끔의 일탈을 에너지원으로 만들 수 있는 창조력, 참하죠?
"당신 짱, 울 엄마 짱!" 연신 감탄하는 감동의 저녁식탁이 되었죠.
방금 다녀갔구나.
그래, 그때 시계꽃 만발했던 오월이었다. 난 아이보리색 투피스에 챙 넓은 모자 쓰고 탔었다.
자전거 잠시 세워놓고 네잎 크로버 찾았었지.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지나고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 있으랴 !
'오늘'은 남은 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 생각하며 하루를 축복으로 채워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