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 대구에서 5일을 보내고 돌아왔다.
기력이 쇠한 어머니와 많은 이야기는 하지 못했지만 많은 일을 했다.
집안을 구석구석 정리했다.
누워계시는 어머니는 물건을 버리는 것을 싫어했지만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사용가능성이 없는 것은 눈치 채지 못하게 버렸다.
75L 종량제 봉투를 4개를 가득 채웠다.
쓸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어머니는 본의 아니게 무소유를 실천하셨다.
어머니가 매일 드시는 것은 된장, 무국, 계란 후라이, 플레인 요쿠르트다.
너무 단조로워 유튜브를 보고 나름 정성을 들여 만든 감자계란탕은 드시지 않았다.
입맛이 없더라도 만든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드시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다른 것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내가 계단청소를 할 때마다 어미니는 만원을 주셨다.
이번에도 그랬다.
받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아직 정신이 살아있다는 위안이 되었다.
포항으로 올 때는 차비로 몇 만원씩 주신다.
안 받을 수도 있지만 주는 기쁨을 빼앗지 않기 위함이다.
자주 오는 남동생은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돈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나의 권유로 어머니는 그에게도 3만원을 주셨다.
동생이 가고 나서 “돈 받으려고 서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고 말씀하셨다.
받는 기쁨 못지않게 주는 기쁨도 크다.
하루의 대부분을 침대에서 보내는 어머니,
코로나 이후로 바깥에 나가 보지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만 계시는
어머니가 얼마나 답답하실까?
하루에 깨어있는 시간은 대여섯 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자는 밤중에 가고 싶다’고 하시지만
그것이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전에는 어머니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길 바랐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1년만 더 계시다가 정말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다.
이것이 어머니를 위하고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흘리는 땀 한 방울이
돌아가신 후 흘릴 눈물 한 방울을 줄일 수 있길 바라지만
그래도 눈물이 나면 어쩔 수 없다.
계실 때 자주 찾아뵙고, 이야기하고, 밥도 같이 먹고,
전국노래자랑도 같이 보고 싶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