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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것도 분별심인가
이름: 김달국


등록일: 2023-03-26 06:06
조회수: 83 / 추천수: 3


"큰일을 치르고 나면 인간관계를 다시 쓴다."는 말이 있다
열흘 전에 장인 어른이 돌아가셨다.
몸과 마음이 무거운데 마음을 더욱 무겁고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있었다.
부조금이었다.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좀 옹졸한 느낌이 들지만
이것은 감정의 문제다.
인간의 이성이 감정을 이길 수 없다.

나는 열 가구 정도 되는 작은 동네에 산다.  
길흉사가 생기면 대부분 참석을 하거나 경조금을 낸다.  
그런데 이상한(?)일이 벌어지는 것을 느꼈다.
부조금을 내지 않은 사람이 반이나 되었다.
그 중 두 집은 나도 부조금을 낸 집이었다.
심지어 한 집은 한 달 전에 낸 집이었다.
뭔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장례가 지난 후 1주일이 지나 한 집은 깜빡했다면서 집에 찾아왔고
다른 한 집은 바로 옆집인데 사람을 보고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멘붕이 오는 것 같았다.

며칠 전에 고등학교 동문회에 참석했다.
참석한 사람들에게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표정관리를 하였지만
마음 속에는 분별심이 생겨 아랫배에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부조를 하지 않은 사람의 표정을 살폈다.
뭔가 어색하고 불편한 표정이었다.
이것이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또 어제는 친구 자녀 결혼식에 참석했다.
거기에서도 같은 것을 느꼈다.
굉장히 친한 친구인데 부조를 하지 않은 친구가 있었다.
내 대각선 앞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도 날씨 이야기 외에는
서로가 깊은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는 양친과 처부모 모두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에 들은 적이 있었지만
서운한 것은 사실이다.

옆집에 혼자 사는 노총각이 있다.
그는 작년 가을 둘째 딸이 결혼을 할 때 축의금을 내지 않았다.
홈웨딩이라 마당에서 그냥 식사만 하고 지나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부조금을 주었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한 것은 자신이 결혼할 생각이 없어
결혼식 때는 축의금을 내지 않았고,
장례식에 부조금을 낸 것은 내가 약 10여년 전 그의 부친상에 갔기 때문이리라.

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쓴 적도 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또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기본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나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사람과
관계를 끊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분별심을 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내기도 어렵다.

인간관계를 다시 쓸 수도 없고
분별심을 없앨 수도 없는
애매한 일주일 간의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마다 생각과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은 하지만
전과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분명한 것은 마음만 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돈에 마음을 담아 보내거나 말을 통해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데
경조사에 돈이 빠진 마음만 전달할 수는 없다.
그래서 돈을 내지 않고 축하나 위로의 말을 할 수가 없는가 보다.
돈을 내지 않은 사람은 자신은 앞으로 받을 일이 없는데
돈을 내는 것이 아까울 수도 있을 것이다.
가치관을 관계와 돈 중 어디에 두느냐 일 것이다.  

앞으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분별심을 어떻게 제어를 해야 할까?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쓰고 다닐까 생각도 해보았다.
표정관리하는 데는 마스크가 최고니까.
내가 벤허의 주인공인 찰톤헤스톤과 같은 연기자도 아닌데
목소리나 눈빛마저 연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큰일을 치르고 사람이 괜히 치사해지는 것 같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지나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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