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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교가 이렇게 천국인 줄 몰랐어요./교단일기에서
이름: 서정애


등록일: 2011-06-15 10:55
조회수: 1529 / 추천수: 202


"선생님, 학교가 이렇게 천국인 줄 몰랐어요."
퇴근 무렵, 급식실에서 감자 라면 가닥을 포크에 말아올려 한 입 넣던 재윤이가 말한다.
"맞아요. 학교는 천국이예요."
옆에 앉은 같은 마을의 은비가 하트표 같은 붉은 목젖이 보이도록 웃으며 맞장구를 친다.
함박 웃음을 물고 있는 재윤이 치아는 쌀튀밥 같다.
여태껏 재윤이 저런 웃음을 본적이 없다.
자주 짜증을 부리고, 주의력이 부족하고, 잠시도 가만 있질 못하고,
수업 시간에 자주 손을 물어 뜯고 . 다툼의 중심에 항상 서 있던 아이,
우당탕탕 늘 뛰어다니고, 안아주면 몸을 뒤로 빼던 아이,
준비물을 잘 챙겨오지 않고 글자 읽기가 서툴러 책 읽기를 싫어하던 아이......
달리기, 공차기만은 누구보다 잘 하는 아이 재윤이.

하지만 재윤이는 요즈음 몰라보게 달라졌다.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책을 소리내어 읽으려고 노력하고
받아쓰기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
알림장을 꼬박꼬박 쓰고 할머님 사인을 꼭꼭 받아온다.
알림장 쓰기도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곳에나 쓰지 않고 차례대로 쓴다.
가정에서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보인다.

무엇보다  나를 기쁘게 한 것은 얼마전부터 안아주면 덥석 안기는 것이다.
친구들을 배려하고 고집을 부리지 않고 수업시간에 눈을 반짝이는 시간이 많아졌다.
친구들과 다툼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일.

국어 시간,  "괜찮아" 주제 시간에
" 괜찮아,  나는 축구를 잘 할 수 있어!"라며 자신있게 말하고 축구 골키퍼 모습을
슥슥 잘 그린다.
이제, 나를 보면 내려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나에게 덥석 안기는 재윤이는
아침 태양이 반짝이는 유월 느티나무 잎 같다.
재윤이 온몸에서 초록순이 돋아나는 것 같다.

재윤이 모래놀이치료 끝날 동안 기다려주는 은비는 통학거리가 가장 멀다.
바로 옆집에 살며 둘다 다문화가족이다.  

아이들 손 한쪽씩 잡고 교문을 나서는 하교길,
" 재윤아, 잘 하고 있어. 힘내!"
느티나무가 쓴 푸른글씨가 허공에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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