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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1.12.30(목). 4교시 포항 양서초 2-5반, 교직 41년 마지막 수업
이름: 서정애


등록일: 2021-12-30 16:58
조회수: 165 / 추천수: 22














1981.3.26. 경주 산내면 의곡초등학교 첫발령...
2022.2.28. 포항 양서초에서 정년 퇴직이라..
뒤돌아보니 참 아득한 세월이다.

퇴직을 앞둔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은 '내가 참 대단한 길을 걸어왔구나.'
생각할수록 대견한 '나'를 토닥인다.
새삼 아이들 셋 키우며 한결같이 41년 동안 봉직하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제일 많이 떠오르는 것은 퇴근길에 양손 가득 저녁찬꺼리 사들고 부랴부랴
귀가하여 옷 갈아입기 무섭게 주방에 서는 모습이다.
예나 지금이나 패스트 푸드는 건강을 헤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 손수 모든 음식들을
해먹였다.
튀김닭이나 왕족발까지도.
그런 신념이 나의 요리 솜씨 업그레이드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저녁상 물리고 나면 설겆이와 아이들 숙제 봐주기 등으로 자정 전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러고도 새벽에 일어나 차를 타고 먼 거리의 검도장까지 다녔으니..
때론 막내아들과 함께 다니기도 했다.
생각하건대 그건 후회된다. 호연지기와 정신력을 길러준다는 우리 부부의 아집이었다.
잠을 충분히 자야할 어린 나이에 강요을 했으니 말이다.
꾀많은 둘째는 곧 나가떨어져 그만두었지만 무던한 막내는 제법 함께 다녔다.

1학년 부장 지수 샘이 어제 마지막 수업인데 내 수업 사진 한 장 남겨야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고 멋진 생각이라며 장단 맞추었다.
지수 샘 덕분에 마지막 수업 장면을 간직할 수 있어 고맙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교직 발령 첫 수업 사진도 남겼더라면 좋았을 걸...
41년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그간 나와 만났던 아이들 모습이 스친다.
내 손길이 많이 필요했던 얼굴이 제일 선명하게 떠오른다.
점심을 굶어서 한 학기동안 밥을 해먹였던  M, J.
가폭에 시달리던 4학년 쌍둥이 자매, 가출한 엄마를 그리워하며 울던
단발머리 소녀 K....
새엄마 밑에서 가출을 밥 먹듯이 하여 찾으러 다니며 발을 동동 굴렀던 아이,
우리 아빠와 결혼했으면 선생님에 제 엄마가 되어 좋았을 텐데 말끝을 흐리던 아이.
결국 그룹 홈 입소와 퇴소를 반복했던 5학년 J는 내년이면 스물두 살이겠다
아버지 수감, 엄마의 재혼으로 자매만 단칸방에 살던 6학년 O는 한 살 위의 언니 학대를
이기지 못해 여름방학 끝무렵에 가출했다.
내 차가 없던 시절, 우리반 반장 어머니 차를 타고 월포까지 아이를 찾으러 다녔던...
결국 우리 집에서 한동안 함께 지내며 교사와 엄마의 역할을 했던 아이는 계속 우리집에
함께 살고 싶어했다. 무사히 중학교 진학을 시켜 하키 선수로 활약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아이는 지금쯤 마흔을 바라보고 있겠다.
모두들 어디서 무얼하고 살고 있을까?
그들의 앞날이 평온하길 두 손 모은다.



노래는 나의 인생/이미자 임영웅
퇴직을 앞둔 지금 새삼 노랫말이 가슴에 절절이 와닿는다.
'돌아보면 외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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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순
와우!
마지막 수업을 영상으로 남기다니,,,,무엇보다도 소중한 추억을 남기셨네요.부럽습니다.
2022-01-13
12:45:33
서정애
날 엄청 따르는 이뿐이 갓마흔 된 후배다.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하는 워킹 맘...
내가 많이 배우는 후배.
2022-01-13
18: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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