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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시 읽는 <혼불>
이름: 서정애


등록일: 2021-01-09 12:26
조회수: 308 / 추천수: 26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
거기다가 대숲에서는 제법 바람 소리까지 일었다.
하기야 대숲에서 바람 소리가 일고 있는 것이 굳이 날씨 때문이랄 수는 없었다.
청명하고 볕발이 고른 날에도 대숲에서는 늘 그렇게 소소한 바람이 술렁이었다.
그것은 사르락 사르락 댓잎을 갈며 들릴 듯 말 듯 사운거리다가도 솨아 한쪽으로
몰리면서 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잔잔해졌는가 하면 푸른 잎의 날을 세워 우우우
누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그래서 울타리 삼아 뒤안에 우거져 있는 대밭이나, 고샅에 저절로 커오르는 시누대,
그리고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왕댓잎의 대바람 소리는 그저 언제나 물결처럼
이 대실(竹谷)을 적시고 있었다.
<혼불>1권 제 1부, '흔들리는 바람 1' 첫단락 ~ 셋째 단락


20여년 전에 읽었던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다시 읽을 예정이다.
마지막 10권째를 덮으면서 감동으로 가슴 떨리던 생각이 난다.
소설가 최일남은 소설 만들기에 대한 최명희의 '혼불'같은 투신이
곧 혼불이라고 했다.
17년 동안 이 작품에 매달린 신들림과 각고의 세월을 예로 들며...

그저께 서재를 정리하고 어제 2층 남편 서재에 있던 내 책들을 내려왔다.
거의 대하소설로 삼십대 후반부터 날밤 세우며 읽었던 것도 많다.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역사'를 제대로 알아가는 흥분으로 6학년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싶은 열망이 컸으리라..
한 면에 세로 두면이 빡빡하게 씌어진 <토지>를 시작으로 <지리산>, <태백산맥>,
<임꺽정>,<두만강>, <장길산>, <객주>, <갑오농민전쟁> 등 대하소설집을 보니
내 젊음의 한 자락을 만난 듯 뭉클하다.
군부 독재하에서 민주화 열망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대 영향이었으리라.
흔히들 '의식화 교사'라고 하는 대열에 섰을 수도 있었겠다.
전교조 전신인 전교협을 지지하고 종내 전교조 가입으로 '물의'를 빚었으니...
뒤돌아보니 내 파릇파릇한 교사 시절이었다.

<토지>는 신혼 때 읽었는데 그 울림이 아주 컸다.
토지를 통해서 섬진강을 알았고 그것을 계기로 남도 여행을 많이 다녔다.
원주 '박경리 문학관'에서 토지를 다시 만났을 때 두근거림도 잊지 못한다.
꼭 다시 한 번 더 읽으리라 몇 년전부터 별렀는데 개정판을 보면 모를까,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으론 못 읽겠다. 눈이 뱅글뱅글거려서...

최명희 작가의 혼이 서려있는 <혼불>을 다시 읽을 생각에 설렌다.
안타깝게도 작가는 혼불을 끝내고 암으로 타계했다.
그니의 빼어난 문체와 서사도 그렇거니와 토박이 우리말과 민속사전을 다시 만날 생각에.....
'바늘로 바위를 파듯' 썼다는 작가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꼭꼭 씹어 다시 읽으며 문장력을 키우고 싶다.
서재 정리하길 참 잘했다. 도랑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 줍는 건가...^6^







박경리의 <토지>, 88년 2월 8일 그에게 받은 선물이다.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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