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국가 정원의 중심이라는 호수정원 앞에서
한파주의보로 꽁꽁 전국이 얼어붙었던 날... 먼저 실내정원부터...
수령 600년 팽나무/한국 정원
국가정원의 중심인 호수정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관 건축가 찰스 쟁스가
디자인하였다고.. 호수 중앙의 언덕은 봉화산을 비롯 순천 도심을 감싸고 있는 난봉산,
해룡산, 인제산을 표현했다고 한다. 가장 중심인 봉화 언덕 황금측백 정상에 올라
조망한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찰스 쟁스의 안목에 감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가 동천을 뜻한다고...
그 다리를 따라 내려가면 순천만 습지와 합쳐진다고..
순천만의 온전한 보존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생태계를 뜻하는 조형물
꿈의 다리.. 세계 14만 아이들의 꿈이 담긴 사각형을 잇대어 만들었다
시시각각 다른 색의 풍경을 담는 자연 액자...
순천만에서 15분 거리의 드라마세트장...
순천만 일몰까지 시간이 남아 그 틈새를 즐겼다.
안갔으면 후회했을 정도로 볼거리가 많았다. 시간을 쪼개야했으므로 아쉬웠다.
자전거 앞에서 한참 머물렀던 것은 아버지를 추억해서이다.
똑같은 모양의 짐자전거 뒷쪽에 타고 갔던 중학교 입학식...
넉넉찮은 가정형편에 맏딸을 비록 자전거 짐칸에나마 태우고
신나게 페달을 밟았을 젊디 젊은, 지금의 내 나이보다 훨씬 젊었을 아버지...
면내가 떠들썩할 정도로 미남이었던 아버지 생각에 뭉클했다.
올해 여든 여섯의 아버지, 이제 더이상 내게 내어줄 탄탄한 등이 없다.
등은 활처럼 굽었고 몇 발자욱 옮기는 것도 쪼작걸음이라 한참 걸린다.
세월이 데려가버린 젊은 아버지를 찾을 수 없음이 못내 안타깝다
자전거 짐칸에... 다시는 자전거 짐칸에 앉아 아버지 허리를 잡을 수 없지만
아버지의 든든한 등을 어림해보았다.
강추위에도 아랑곳 않은 청춘들의 행진, 맨다리에 교복차림 또는 교련복 차림의 청춘들이
붉게 빛난다.
달동네 세트장/각종 영화와 연속극 촬영지
연화 '허삼관' 세트장/영화에서 본 기억이 나서 반가웠다.
우리들 중학교 시절 동네 풍경 속으로...
순천만 일몰 포인트 '용산 전망대' 가는 길/난 이곳이 여러 번째이다.
올 때마다 매번 색깔이 다른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인 듯.. 사람 향기가 모두 다르므로...
일몰 보고 가장 늦게 나와 허둥대는 발걸음에도 한 컷..반영이 아름다워서.
여수 밤바다... 난생 처음 타보는 여수 밤 케이블카에서
오른쪽 반영된 건물은 우리들 숙소인 '더수'호텔.. 유난히 반영에 끌린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다바' 노래를 흥얼거리며 조망한 여수 밤바다.. 황홀하다는 말밖엔..
새벽 5시 55분에 숙소 출발해서 달려갔던 향일함 ...새벽의 노폭이 좁은 S형 길이라
예정 시간 두 배 걸려 힘들게 도착했다.
우리나라 4대 일출지라는 향일함 일출/뭣 때문에 4대 일출지라는지...
포인트 될만한 것이 별로 없는데... 갸우뚱 했다. 드넓은 바다를 조망이었나...
2009년 화재로 재건한 향일함.... 그래서 새 건물이었구나.
일출 포인트 잡으려 대웅전, 관음전을 오르내리며 그 추위 속에서 땀을 흘렸다..
일출 담고 돌아오는 길 담은 돌산대교
오동도 선착장
오동도 가는 길에 조망한 여수 바다/엠블 호텔의 독특한 건물 외관
동백섬 오동도.... 수령 최소 수백년 부 터 천 년이 됨직한 것으로 빽빽하다.
삼월에 만개한다는 데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
다리쉼하며 마신 동백차... 쥔장이 따놓은 동백꽃 소쿠리..
보지 못한 동백꽃을 이것으로나마 달래고...
동백아가씨...ㅎㅎ
오동도 구석구석 빽빽한 동백 숲에 연신 감탄을...
맛집 서핑으로 간 새조개 샤브... 아주 격조 있는 식당이었다.
이름도 처음 들은 새조개 샤브, 시금치와 곁들여 먹은 맛이 특별했다.
강하구 습지
라온이, 후배들과 함께한 여수 순천 여행은 하나 버릴 거 없는 알찬 여정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때아닌 한파를 만났으나 그마저도 우리들 여행을 더 깊게 했다.
여행의 시작은 설렘... 세 여인은 여행 며칠 전부터 톡으로 설렘 만땅 준비..
새벽 6시 순천으로 향했다. 운전은 선배인 내가 자처했다.
그간 늘 후배들이 했고 이번 여행지 운전은 아무래도 내가 적임자일 것 같았다.
겁도 없이 강추위에 내의도 입지 않은 채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으니 오지게 떨어야했다.ㅎㅎ
그것마저도 즐겼으니 아직 내가 젊다는 증거인가?...
동선을 고려하여 순천 국가정원부터 찾았다.
2012 여수 엑스포와 함께 개장한 국가정원은 몇 번 갈 기회가 있었지만 별 거 있으랴 싶어
가지 않았는데 탄복했다.
호수정원을 비롯 온갖 테마가 볼만했다. 순환버스로 한 바퀴 돌아보았다.
봄날에 꼭 다시 찾고 싶은 곳... 계속 국가정원 얘기를 했다.
순천만 일몰을 거쳐 여수로 이동...
나의 착각으로 야간크루즈를 놓친 것은 오히려 신의 한 수였다.
덕분에 밤케이블카도 카고 야경을 담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5시 40분 승선 시간을 메모해놓고도 7시 40분으로 철떡같이 기억하고 있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신의 초대로 볼 수밖에..ㅎㅎ
케이블카로 여수 밤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본 것은 행운이었다.
매서운 한파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고, 얼굴이 얼어 입을 제대로 뗄 수 없는 여수의 밤,
하지만 화려한 보석이 반짝이는 여수는 포근히 우리들을 품어주었다.
만약 크루즈를 탔더라면 너무 추워 갑판에 나올 수 없었으리라.
선상 조망 야경은 5년전에 담은 게 있으므로 나로선 케이블카 조망이 좋았다.
케이블카 탑승지인 돌산공원에서 숙소까지 5분도 안되는 거리...
숙소 오션 뷰 선택하길 정말 잘 했다. 돈은 조금 비쌌지만...
베란다에서 야경은 마치 대형 크루즈 탄 듯한느낌이었다.
새벽 6시부터 시작하여 숙소로 돌아온 시각이 10시 넘었으니 엄청 빡센 일정이었다.
셋은 그것도 모자라 자정까지 얘기꽃을 피웠다.
이튿날 향일암 일출은 혼자 갔다.
깜깜한 새벽에 혼자 나서니 좀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그 정도쯤이야 일출 담을 수 있다는
그것도 우리나라 4대 일출 명소라는 향일암 일출이라니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넉넉했지만 혹시나 하여 단축 코스인 가파른 계단으로 향일암에 올랐다.
일출 명소라는 기대에 못미쳤지만 하루를 부리는 장엄한 일출은 가슴 벅찼다.
절로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리게 되었다.
오동도 동백숲도 잊을 수 없는 곳...
동백꽃 절정이라는 3월에 꼭 다시 찾고 싶다.
왕복 800 킬로의 장거리 운전이었지만 마음 맞는 후배들과 함께 하니 고되지 않았다.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얘기를 나누며 라온이 향기가 더 깊어진 듯...
잠시나마 '나'를 관조할 수 있는 것도 여행의 또다른 매력이다.
그래서 여행은 삶을 더 깊게 하나보다.
틈만 나면 여행을 꿈꾸는 이유다.
"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운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박준 산문집에서
여행의 묘미는 돌아올 집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밑줄 그었다.
후배들과의 순천 여수 여정은 다디 달았다.
무슨 얘기를 하든 함박웃음으로 시간을 부풀렸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1박 2일 여정은 충만했다.
밀도 있는 여행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변하지만 사랑했던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Irish Waltz / Charlie Landsbor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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