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소백산 2 자락길 죽계구곡 단풍
가을정원은 라벨의 소나티네다.
벌개미취, 구절초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계절을 수놓는다.
감나무와 은행나무가 허공을 스타카토로 채색한다.
의식을 치르듯 낮은 무릎으로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지피며
낙엽 타는 냄새를 맡는다.
푸른 연기가 졸린 듯 느릿느릿 후박나무 우듬지를 휘감고 사라진다.
서걱대는 대숲이 묵화를 그리는 달밤엔 바람이 마른낙엽들의 현을 켠다.
조선 전기 문신 권벌은 너럭바위에 청암정을 짓고 못을 판 후 냇물을 끌어들여
자연 그대로 정원을 만들었다.
나는 해마다 무수히 올라오는 대나무 뿌리를 걷어내고 돌덩이 같은 땅을 일구어
나만의 뜰을 만들었다. 집 뒤 너럭바위를 바라보며 나의 청암정이라 이름 짓는다.
햇살과 바람, 새들을 불러 갖가지 리듬을 연주하는 꽃과 나무야말로
나의 정원 최고의 음악가가 아닐까.
---졸작 <정원을 연주하다 중에서 '가을'>---
*****************************************************
문득 10월 마지막을 하루 앞두고 있군요.
정말 분주하게 보낸 10월이었습니다.
27, 28일 영주 선비문화수련원 힐링 연수 다녀왔습니다.
나를 위로하는 홀로 여행... 멋졌어요!
첫날 오후 일정인 국궁과 사군자 살짝 사부링 치고 부석사 일몰 담았구요.
흉내도 낼 수 없을듯한 1시간 일정보다 부석사 일몰이 제겐 진정 힐링일 것이라는
발칙한 생각으로 단숨에 부석사로 달려갔죠.^^
이튿날 부석사 일출 담으러 잰걸음 놓았습니다만 여운만 담아왔습니다.
대신 이른 아침 햇발 앉은 은행나무 길 몇 컷 담을 수 있어 행복했어요.
연수를 두배 즐겼답니다. ㅎㅎㅎ
이틀간 수백 컷의 가을 풍경을 담으며 진정한 '쉼'은 몰입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이번 주 막바지일 듯 싶습니다.
11월, 또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이 고비 넘기고 좀 쉬고 싶어요.
하긴 바쁜 가운데서도 틈틈이 즐기긴 했지만요.
그 틈새 즐김이 저의 에너지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대, 행복한 월요일이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