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무리한 너덜겅 하산으로 다리가 많이 당긴다.
특히 내리막 걷는 것은 큰 고통이있다.
하지만 이렇게 먼 곳까지 왔는데 대충 넘어갈 순 없는 일...
늦게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새벽 3시 30분에 눈이 뜨인 것은 순전히 열악한 숙소
환경 탓이엇을 것이다.
외관은 크고 멋진데 내실은 니코틴에 찌든 듯 역한 냄새가 났다.
숙소를 구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지만 역시 모텔 숙소는 후지다.
근래 친구들과 여행에서 호텔을 고집했던 이유이다.
잠자리가 깨끗한 것은 여행의 필수 조건...
예정했던 정읍 국사봉까지는 1시간 40분 거리였으나 한시라도 바삐 숙소에서
벗어나고 싶어 4시에 출발하려 했으나 결국 4시 40분에 나왔다.
장흥은 물이 많다더니 그래서일까. 안개가 매우 짙다.
안개 자욱한 낯선 도로를 달리는 것이 꽤 힘들다.
특히 구불구불한 국도는 더 그렇다.
국사봉 주차장에 도착할 때 까지 안개는 걷히질 않는다.
무거운 다리 끌며 계단을 오르니 벌써 진사들은 내려오고 있다.
밧데리 방전으로 어차피 제대로 된 사진은 담을 수 없겠으나 오래 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붕어섬을 보고 싶어 끝까지 오르려 했다.
그런데 아개로 한 치 앞이 안보여 올라가도 조망은 어려울 것 같아 안개 걷힌 뒤로 미루고
내려왔다.
옥정호 수몰민 망양동산에 간 것은 순전히 네비양의 잘못된 안내 덕분...
호기심 많은 나는 도로변의 범상치 않은 풍광을 보고 무작정 내렸고 그곳에 아침고요
호수가 있엇다.
시간 반은 족히 머물렀을 것이다. 호수 두변의 평화로운 마을과 안개 휘감긴 건너편
능선이 수려했다.
호수 둘레길을 돌아 나올 때까지 우리 둘만이었다. 이 무슨 보석 같은 시간인지...
다시 오르려고 했던 국사봉은 갈수록 내리막길에서 심한 다리 통증으로 패스하고
곧 바로 구절초 공원으로 향햇다.
중간중간 옥정호 물안개 길 풍광을 즐기느라 공원에 도착하니 벌써 인산인해였다.
아뿔싸~ 후회가 되었다. 옥정호 소나무 밭 구절초는 새벽 안개가 있어야 제격이던데....
그래도 아침 고요 호수을 즐겼으니 만족해야지...
마침 축제 기간이라 제 5주차장까지 확보되어있음에도 거리는 차량으로 넘쳐난다.
정읍 지자체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구절초 축제였다.
들꽃 하나로 전국민을 불러들이는 관광 아이템도 특별났지만 행사 진행도 일사불란하다.
장흥 편백숲도 그랬고.... 감동이었다.
그는 여기까지 왔으니 예전 단풍철에 절 앞에서 돌아왔다던 내장사에 가보자고 한다.
내장사는 고운 색의 아기 단풍으로 유명하단다.
비록 다리를 절뚝이며 다녔지만 2킬로 넘는 대웅전까지 푸른 단풍길은 멋졌다.
특히 소롯한 단풍 오솔길은 더더욱...
그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단풍 제철 펼일 새벽에 내장사로 달려올 발칙한 생각 중..ㅎㅎ
둘 다 스맛폰 방전 직전 일측즉발에 대웅전 단풍 배경으로 두 컷 담았는데
그것마저 컴퓨터로 옮기는 중 날아가버렸다.
단풍철에 꼭 가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는...ㅋㅋ
내려오는 길, 맑은 물에서 했던 탁족은 피로를 푸는데 그저 그만이엇다.
너무 차가워 연신 소리를 지르는 나에 비해 그는 꿈쩍도 않고 계속 담그고 있는 게 신기했다.
4시경 내장사 출발 예정이었는데 6시경 출발, 포항 도착하니 10시다.
퐝에서 칼칼한 물회 먹겠다던 계획은 문을 닫아 수포로 돌아가고
20여분간 밥집 찾아 양덕동을 배회하다가 4천원짜리 콩나물 국밥으로 늦은 저녁을 떼웠다.
억불산 각자 하산으로 그에게 눈을 부라린 것과 소중한 사진 일부를 날린 것
옥정호 물안개 서린 붕어섬 담지 못한 것 외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그나마 딸들에게 전송한 구절초 사진이 있어 천만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