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엠파스
흐린 하늘 아래 방긋이 제 무덤을 헤치고 내다보는 새 생명의 속삭임 들을 때,
대숲에선 '푸드덕' 까투리 날아오르고 나는 새처럼 노래하고 싶게 마음이 달뜬다.
마른 덤불 낟알에 앉았다가 '포르르릉' 날아오르는 한 무리 참새떼,
그들도 오래간만에 만나는 유쾌한 친구처럼 나의 마음을 반가움에 뛰게 한다.
"삐요 삐요" 대숲의 키 만큼 날아오르는
목과 배 부분에 흰빛 털이 박힌 작고 여린 박새,
천적을 피해 덤불에 숨었다가
몸 간지럽히는 따듯한 기운에 불려 나왔나.
'홍초' 갈색 마른 대궁이앞에 앉아 흙 뒤적이며
지난 겨울 그것들의 안부를 살핀다.
보온용 짚 들추니 몽글몽글 통팥고물 같은 흙집들이 마구 쏟아져 내린다.
노르스름한 새싹이 옆으로 누워있고 냉이 여린 뿌리 칭얼대며 품속 파고드니
흙은 몸 뒤채는 가려움 밖으로 내밀어 통팥 떡고물 같은 흙집을 만들었나
밭이랑 여기저기에서 자빠져 낮잠이나 퍼질러 자는 괭이와 삽 깨워
간지럼 내놓은 흙을 긁어주고 굳은 살 박힌 것 퍼내야겠다.
데크 난간에 녹슨 낯으로 건들건들 게으름 피우는 호미 내려
웃자란 겨울풀 쪼아 내고 어느 시인의 말처럼 흙의 겨드랑이를 긁을 것이다.
내 살처럼 살뜰히 긁어 줄 것이다.
한겨울 시퍼렇게 질린 겨울초 푸른 순은
소풍가는 유치원 아이들 처럼 재잘대며 웃자랄 것이다.
가려울 때를 알아 긁어주는 마음처럼 진실된 교감이 어디 있을까
괭이, 삽, 호미를 만나 온 몸 뒤집는 저 흙들의 환희
뒤란 텃밭은 새생명의 축제로 분주하다.
축제를 준비하는 내 살들도 환희를 노래한다
어제 음식물 찌꺼기 버리러 뒤란 텃밭 오르는 길,
눈에 띄게 푸른기운이 돕니다.
해동된 흙은 푸설푸설 흘러내리고 냉이순 펄펄합니다.
부쩍 자주 듣는 새소리에 가슴 부풀고
나날이 탱탱해지는 처녀젖꼭지 같은 매화꽃몽오리, 그앞에 자주 서성입니다.
곧 매화향을 들을 수 있겠지요.
오늘이 입춘입니다. 해맑은 봄 맞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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