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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봄의 강가에서/정호승
이름: 서정애


등록일: 2021-02-01 13:08
조회수: 264 / 추천수: 26




이른 아침 강가/2014. 두물머리




2011 사진 동인 '포스' 그룹전 출품작

2011.2.27. 뒤란 댓잎 이슬방울 속에 맺힌 눈사람 모양 우리 집....
저녁 무렵 풍경으로 기억한다.
dslr 입문 2년차였고 아침 저녁 이슬 접사로 열정 무드였을 때였다.
작은 세계 속의 큰 세계는 쉽게 허락해 주지 않았다.
숨 죽여 셔터를 누르는 찰라 이슬이 '톡' 떨어져버리거나 바람이 데려가버리곤 했다.
온갖 기이한 자세로 피사체에 맞추어 몸을 틀다보면 허리가 휘어질 듯 아팠다.
접사 작가들이 허리 디스크가 많다는 소리가 예사로이 들리지 않았다.

이제는 꽃들도 인간을 닮아 제 삶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보다 빨리 피어난다.
예년에 비해 보름이나 빨리 피어난 꽃들이 반갑고 기쁘기는 하지만,
그 빠름 속에 오만함과 성급함도 함께 피어난 듯해서 서럽다.

늦게 피어난 꽃보다 삘리 피어난 꽃이 먼저 시든다.
어제 아침에 피어난 꽃들이 오늘 저녁에 이리저리 흩날린다.
꽃은 아름답게 낙화함으로써 존재적 완결성을 드러내지만,
인간은 꽃처럼 낙화하지는 못하면서도 빨리 피어나고 빨리 이루고 싶어한다.

지는 꽃을 보고 강가로 나가 느린 강물을 바라본다.
강둑에는 사람들이 급하게 달리기를 하며 지나가고,
강변의 고가도로 위에는 자동차들이 재빠르게 달린다.
아무도 저 느린 강물의 내면의 삶을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강물도 저토록 급하게 달렸으리라.
산비탈 아래로 깊은 계곡을 지나 급하게 달리다가 들판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그 얼마나 정신없이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되었으리라.
강물은 이제 완만히 흐름으로써 비로서 새소리와 벌레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급하게 급류가 되어 흐를 때는 자신의 욕망의 물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물은 깊게 못을 이룬 곳에서 소리가 없는 법.
이제 저 강물이 느리게 느리게 바다에 이르면 제 이름조차 없어질 것이다.
만일 강물이 바다에 이르서서도 제 이름을 고집한다면 어떻게 바다가 있을 수 있겠는가.

욕심이 많으면 인생은 급류를 타고,
욕심이 적으면 인생은 냇물이 되어 완만히 들판을 흘러간다.

인생은 물리적 시간이다.
신이 우리에게 준 시간의 양과 질은 공평하다.
다만 신은 우리 각자에게 시간을 요리하는 재량권을 주었을 뿐이다.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고, 빠름은 부지런함이 아니다. 느림은 여유요 안식이요
성찰이요 평화이며, 빠름은 불안이자 위기이며 오만이자 이기이며 무한 경쟁이다.

밥 짓던 어머니의 연기는 굴뚝을 빠져나와서도 재빨리 하늘로 올라가지 않았다.
천천히 저녁을 아름답게 만들면서 감나무 가지에 앉았다가 지붕 위에 앉았다가
느리게느리게 노을 속으로 사라졌다. 정호승

<봄의 강가에서> 발췌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공감가는 곳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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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다.
간밤에 오신 봄비는 아침나절에 가뭇없이 가셨다.
다녀간 자리에 봄빛 스며들었다.
얼음 녹은 돌확 가에 봄내음 물큰하다.

한 삽 떠두었던 꽃무릇 쪼개어 대숲, 요량해놓은 자리에 묻어야겠다.
그는 이름 아침에 어제 배수로 공사에 묻고 남은 대나무 죄다 태웠다.
빗속에서 해야 안전하다며 어렵사리 불을 붙였단다.

대숲에 입체적 꽃무릇 화단 만드는 중이다. 베어놓은 대나무 쌓았던 자리에 꽃무릇 심으면
맞은 편 벚나무 아래 꽃무릇과 조화를 이룰 것이다.
내 손끝따라 피어날 초록숲 꽃무릇, 9월이 기다려진다.

지난 12월, 한겨울에 사두었던 가을 구근도 심어야겠다.
먹구 데리고 운동 다녀온 후에 호미 들 예정이다.
봄 흙냄새.. 생각만해도 설렘으로 충만...



Here Is Your Paradise - Chris de Bur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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