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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한도
이름: 서정애


등록일: 2021-02-08 09:22
조회수: 291 / 추천수: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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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한도
                                                                                  배두순



겨울이 길다

비닐휘장을 두른 근린공원 누각사랑방

외로운 한 사발만으로 너끈히

끼니를 때울 줄 아는 노구老軀들의 아지트다

미지근한 체온을 기대며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저마다의 자서전을

읊어주고 들어주며 시간을 죽이는 소일거리

핏줄에 대한 애착만은 모두 비슷하여

안타까운 대목에서는 서로의 곡비가 되어주고

분노의 주먹총을 대신 쏘아주기도 한다

바람이 눈송이들을 몰고오자

노인 하나가 하늘을 쳐다보며 적설량을 잰다

아직은 돌아가지 않을 심산이다

그들은 알고 있다

폭설과 태풍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를

노인 둘 맞은편 포장마차에서

서너 개 어묵꼬치에 국물이라도 좀 챙겼는지

흡족한 표정으로 들어선다

따근한 인정을 나누는 사이

휘장 틈새로 들어온 햇살이

노구들의 어깨를 나긋나긋 주물려준다

눈치 빠른 바람이 얼른 눈송이들을 거두어가고

하늘이 웅숭깊은 눈동자로

찰칵찰칵 스캔하는 오늘이 무사하다


<제10회 천강문학상 우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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