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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4일(목) 세비아 광장
이름: 서정애


등록일: 2022-04-14 17:55
조회수: 90 / 추천수: 4


'눈을 감았다. 나른 했다. 조용하고 신비스러운 환희가 내 몸을 감쌌다.
내 주위의 초록빛 신비가 바로 천국인 듯했다.
내가 느끼는 신선하고 상큼하고 소박한 희열 자체가 하느님인 듯했다.
하느님은 시시각각으로 그 모습을 바꾼다. 어떤 모습으로 변장하든 하느님의 모습을
알아보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한 잔의 신선한 물이 되는가 하면 무릎 위에서 노는 아이가 되고 아름다운 여자가 되는가
하면 아침 산책이 되기도 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조르바] 중에서

행복은 느끼는 자의 몫, 찰나의 기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
포도나무 연초록 새순에, 레몬 열매에 미끄러지는 안달루시아 밝은 햇살 아래에서 나는 행복하다.
그가 건네준 테블릿으로 아침 햇살 받으며 장석주의 <조르바의 인생 수업>을 읽는 순간이 행복하다.

오후 7시 세비아 광장 스냅 쵤영이 예정되어있다.
곧 김치 찌개로 아침 먹고 예쁘게 차려입고 나설 예정이다.

오후 1시경 출발, 세비아 대성당으로 향했다.
숙소인 알고도날레스에선 1시간 20분 거리다.
스페인 여정 첫날 세비야 공항 골드 렌트카에서 차를 받고 후진 기어가 먹히질 않아
도움을 받고 주차장을 돌며 기어 연습하던 때가 생각 난다.

세비아 대성당은 미리 예약을 해야 줄 서서 기다리지 않는다 하여 예약하려햇으나
클릭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기다릴 요량으로 성당 인근 주차장을 목적지로 해서 달렸다.
성주간이라 그런지 근처 주차장은 모두 만석이었다.
몇 바퀴 돌다가 조금 한적한 곳에 주차하고 성당을 찾아 걸었다.

La Semana Santa (라 세마나 산타)...
국민의 70% 이상이 가톨릭인 스페인답게  성 주간 + 부활절 행사인Semana Santa 행사는
스페인 전역에서 성대하게 거행되는데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비야(Sevilla)에서
가장 크게 실시된다.고 한다.

​각 성당을 중심으로 Cofradía(종교 단체)가 형성되는데, 이들은 서로 다른 색상&디자인의
복장을 입고 Semana Santa 행렬에 참가한다.
행렬은 각 Cofradía의 성당에서 출발해 정해진 루트를 돌고 다시 성당으로 돌아온다.
길게는 12시간 넘는 행렬도 있다. 각 Cofradía마다 옷, 행렬의 루트나 성상이 다르다.

​참가자들은 원뿔형의 고깔 모자를 쓰고 행진하거나,로브를 입고 십자가나 촛불을 들거나,
성경의 한 부분을 형상화한 성상을 머리에 이고 행진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행렬을 완성한다.
참가자들은 남녀노소 없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어떤 참가자들은 신발을 신지 않고, 양말을 신거나 맨발로 행렬에 참가하기도 한다.
특별히 참회의 필요성을 더 느끼거나, 개인적인 바람이 있는 경우 신발을 신지 않고
참가한다고 한다.
Sevilla에서는 Semana Santa가 끝나고 2주쯤 뒤 Feria de Abril(페리아 데 아브릴)이라는
성대한 봄맞이 축제를 한다.
이 축제 역시 스페인에서 유명하기로 손꼽히는 축제!

[출처] [스페인-세비야] La Semana Santa (라 세마나 산타)
세비야 성 주간 + 부활절 행사


겨우 찾은 길가 주차장은 한인이 운영하는 '단밤'앞이었다.
주차료 받는 곳 작동이 되지않아 '단밤' 쥔장에게 물어보려고 들어갔다.
현지인 종업원만 있고 주차 상황은 잘 모른다고 했다.
괜찮겠지 하며 가려는데 초로의 남자가 우릴 잡는다.
다른 곳에 안전하게 주차해주겠다는 말인 것 같다.
5년 전 시칠리아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던 터라 무시했다.
'주차 위반 지역'인가 불안 해하면서도... 여러 대의 차가 주차해있으니
괜찮겠지 하며 대성당을 찾아 걸었다.
뱅글뱅글 몇 바퀴 돌았지만 성당은 찾을 수 없었다. 우리들 주차한 곳이 애초의 목적지
주차장에서 그리 멀지 않을 텐데 자꾸 반대방향을 가르켰다.
할 수 없어 택시를 타니 결국 주차한 곳 인근에 세우며 성당 가까인 들어갈 수 없단다.
성목요일 행사 준비인지 거리엔 경찰이 좌악 깔려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다.
구글맵을 켰지만 성당은 종잡을 수 없어 결국 우버를 불렀다.
기사가 내려준 곳은 우리들이 헤맸던 그 언저리였다. 우린 반대편에서 맴돌았는 듯.
겨우 대성당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헉! 무지무지 많은 인파에 깜짝 놀랐다.

2022.4.19.(화)다시 쓰다.
어제 글 수정하는 중 전기가 나가서 모두 날아가버렸다.ㅠㅠ
기억을 되살려 다시 쓴다.


몇바퀴를 돌아도 티켓팅 박스를 찾을 수 없었다. 날은 무쟈게 뜨겁고 거리엔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하고...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야할 정도다.
성당벽 쪽 그늘진 곳엔 사람들이 빼곡이 앉아 아이스크림이나 피자를 먹고 있었다.
물어보면 대답이 제각각이다. 심지어 반대방향을 가르키는 사람도 었어 오리무중이다.
지친 우리는 성당 히랄다 탑(세비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곳) 앞 카페에서
상그리아를 마시며 지친 몸을 달랬다.
마침 뒷골목의 기념품 가게가 눈에 들어와 그길로 들어섰다.
모녀의 쇼핑 궁합이 맞았던 것.. 그 와중에 말이다.

현지 느낌 물신한 꽃무늬 드레스를 아주 착한 가격에 득템하고 딸이 서핑한 츄러스 맛집에
들어갔다.
한국에서의 계피맛에 설탕 듬뿍 뿌린 츄레스와는 완전 다른, 우리네 찹쌀 꽈배기 맛이다.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고소한 찹쌀 꽈배기 맛...
따뜻한 츄러스를 풍미 깊은 걸쭉한 핫초코에 찍어먹으니 고단함이 살살 녹아내린다.
실내는 인파로 빼곡했지만..피로가 좀 가신다.

골목길 모퉁이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해 어깨를 부딪히며 빠져나가야했다.
감색 양복 정장차림의 남자들, 검은 색 드레스에 검정 망사를 머리에 쓰고 길게 늘어뜨린
여자들, 길다란 고깔 복면을 쓰고 눈만 내놓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검은 망사를 머리에 쓰고 길게 늘어뜨린 것은 예수님 수난에 대한 표시인 듯했다.
고깔 복면은 색깔이 여러 가지였고 볼 때마다 무서웠다.
무슨 행사복인 듯 짐작했으나 뭔지 몰라 궁금했다.

다시 티켓팅 박스 찾아 성당을 돌았다.
주변엔 수많은 나무의자들을 놓는 행사요원들이 많았다.
성목요일 행사준비인 듯... 대단한 행사가 벌어지나보다.
그중 젊어보이는 사람에게 영어로 물어도 답이 시원찮아 경찰을 찾았다.
오늘 티켓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 봤을 때 몇 명이 서있던 어느 입구를 찾았더니 그새 긴줄이 되었다.
뒤에 서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어느쪽도 아니라니 이곳이 맞겠지 짐작하며.

드디어 입장 시작~ 따라 들어가니 뜻밖에 대성당 안이었다.
전체인지 아님 성3일간인지 모르겠으나 대성당은 무료개방이었다.
대신 관광은 할 수 없었고 미사 참례자만 들어갈 수 있었다. 온라인 예약이 안된 이유였다.
은제탑, 콜럼부스 관, 성가대 등등 미리 사두었던 유튜버 '세비아 대성당' 해설을 들으며
미사 집전하는 은제탑 앞 맨 뒷줄에 앉았다. 미사 중에 나갈 예정이었으므로...
본당인 듯한 은제탑 앞은 어느새 미사 참례자들고 빼곡해졌다.
여행객도 있지만 대부분 세비아 성당 신자 같았다.

딸이 준비한 스냅 촬영을 위해 7시에 맞춰 스페인 광장을 찾았다.
세비아 랜드마크로 유럽에서 제일 큰 광장에 걸맞게 엄청남 규모다.
가장자리 물흐름길엔 작은 보트를 탄 사람들 풍경이 이색적이다.

젊은 사진가는 선한 인상에 아주 싹싹하다.
촬영 생각도 않고 쇼핑한 물건들을 백팩에 담아주었다.
나는 콜셋으로 조인 꽉 끼는 연보라색 원피스를, 딸은 LA에서 샀다는 베이지 색 하늘하늘한
롱 원피스 차림이었다.

그는 사진 찍는 일이 재미있다고 했다. 1000 컷 정도의 사진 중에서 고르고 보정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우리 모녀처럼 기대 이상으로 멋진 포즈를 자연스럽게 취해주면
너무 즐겁다고...
우린 사진놀이를 즐기며 한 포즈 하니까 그럴만도 하다. ㅎㅎ
광장 곳곳을 돌며 그가 요구하는 포즈에 기대 이상으로 정성껏 응했다.
때마침 청명한 일기에 풍성한 구름이라 축복받은 일기였다.
광장 분수대 앞 컷이 기대된다. 비누방울을 날리는 분께 팁을 주며 몇 차례의 비누방울
연출을 했기 때문. 그만의 컨셉인가보다.

과달키브르 강변 이사벨 2세 다리도 촬영지에 올랐으나 스페인 광장 택하길 참 잘했다 싶다.
사람들고 그리 많지 않았고 스페인 랜드마크이기 때문이다.
과달키비르 강변 야경은 패쓰...이미 9시가 넘어 날이 어둑해지고 다리도 아팠다.
서핑한 식당은 문이 닫혀있었다. 마침 꽤 근사해보이는 건물의 식당을 찾았다.
'빌라 오자마'... 이곳에서 빌라는 대저택이라는 뜻이란다. 아랍풍의 대 저택을 식당으로
개조한 듯... 건물 뒤쪽 야외는 아주 격조있었다.
딸은 이베리코 돼지고기 구이, 난 문어구이를 주문했다.
식사 마치고 10시경 우버를 불러 숙소로 향하면 될 듯했다.
많이 피곤해서 밤길 운전이 신경 쓰여 클라라는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여기까지가 우리의 계획이었다.

광장 앞에서 우버 컨텍이 되지 않고 어렵게 잡은 택시는 우리들 주차한 곳인 성당
인근은 통제로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인파속에서 끊임없는 부대낌, 1시간 여 스냅 촬영, 밤길 시골길 운전 걱정으로
이미 지칠대로 지쳤는데 또다시 성당까지 걸을 수밖에 없었다.
밤이 되니 얇은 옷차림이 으슬으슬하고 다리는 풀리고...
겨우 성당까지 되돌아왔는데 알고보니 La Semana Santa (라 세마나 산타) 행렬로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이골목으로 빠지면 저 골목에서 성상을 세운 수많은 행렬과 군중들로 북새통이었다.
우린 피란민 행렬처럼 손을 꼭잡고 인파를 헤혔지만 결국 돌고돌아보니 제 자리였다.
그자리에 서서 행렬이 빠져나가길 기다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역격이기 하지만 이 또한 내겐 큰 의미다 싶었다.
이 행사를 보려고 그많은 도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렸을텐데 우린 뜻밖에 볼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2시간동안은 압사당하지 않음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세비아 대성당 '라 세마나 산타'
행렬을 지켜보았다.

헤드라이트가 온전칠 않아 편도 1차 좁고 어두운 밤길 거의 상향등을 켜고 달렸다.
자정이 넘었고 극도의 피곤함에 생체 에너지가 제대로 돌지 않은 듯 몽롱했다.
자칫 잘못되면 안된다며 마음 고삐를 단디 잡고 죽을 힘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미처 상향등을 꺼지 않으면 마주오는 차가 빵빵거리거나 헤드라이트로 항의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적한 곳에선 몇 미터 앞이 캄캄해 어쩔 수 없이 켜야했다.
내가 살아야겠다는 절박한 마음 뿐이었다.

알고도날레스 숙소에 도착하니 새벽 1시 20분...
사선을 넘어온 전신의 맥이 탁 풀렸다.
무사 귀환에 감사하고 감사할 뿐... 수없이 올린 화살기도 덕분이다.

암만 생각해도 잘한 것은 소니 카메라 들고 가지 않은 것.
출발 전 카메라 챙길까 어쩔까 망설이다가 어차피 인물 사진은 스냅 촬영하니
가져가지 않기로 했었다.
그날밤 복잡한 그곳에서 무거운 카메라까지 들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임계점 도달 직전까지 갔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사람의 한계라는 것이 우짜든지 환경에  맞췄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생각해도 카메라 두고 간 것은 신의 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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