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 끝에 한두 방울씩 툭툭 듣기 시작하는 빗방울은 꽃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유리창이나 손등 같은 데에 툭 떨어져 꽃 모양으로 번지는 빗방울이 비꽃이다.
비꽃은 북한에서 주로 쓰는 말이다.
비꽃에서 '꽃'은 사물의 어떤 현상 가운데 맨 처음을 뜻한단다.
곰국, 설렁탕 따위를 끓일때 고기를 삶아 내고 아직 맹물을 타지 아니한 진한 국물을
'꽃물'이라고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고보면 비꽃을 마중물에 빗댈 수 있겠다.
비꽃이 피어야 오란비(장맛비)든 소낙비든 작달비든 날비(가늘게 내리는 비)든 오니까.
누군가에게 길라잡이가 되어 줄 비꽃(마중물)로 피어날 수 없을까.
나을 우선하는 것에서 좀 벗어나야겠다.
'비꽃'에 꽂히다. 수필 한 편 쓰고 싶은 소재다.
연일 섭씨 35도를 찍는다.
체감 온도는 훨씬 웃돌 터, 습도는 말해 무엇하랴.
두세 번은 깨어나 에어컨을 켰다 껐다 반복하며 밤잠을 설친다.
지구를 함부로 대한 인간들의 업보라는 생각에 섬찟한 생각이 든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장바구니 사용, 일회용 멀리하기 등 덜 버리고 덜 쓰는 것이다.
생활에서 실천하려고 나 하나라도 노력하는 중이다.
내일은 절기상 처서이니 가을 문턱이다.
좀 기대해도 될까. 예보는 8월말까지 계속 30도를 웃돌던데...
이 무지막지한 더위에 하루 너댓 시간씩 일했으니 참 대책없는 여자다.
내 몸에게 미안하다. 좀 살살 다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