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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27일 ~ 3월 1일 아버지 병상 일지/<사계>중<3월-종달새의 노래>
이름: 서정애


등록일: 2023-03-03 11:08
조회수: 35 / 추천수: 1


2월25일 토욜, 이른 아침 불안한 마음을 안고 친정으로 달려갔습니다.
거의 식음을 전폐하신 아버지를 보며 안타까워하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엄마 또한 걱정이라 이 것 저 것 음식을 장만해서 권해드렸더니
잘 드셨습니다.
"하이고 맛있다."라시며 막걸리도 한 잔 드셔서 깜짝 놀랐구요.
평소 술을 입에 대지 않으셨던 터라 놀란 것도 있지만 감정 표현을 그닥 하지 않는 분이시라 "맛있다"라는 적극적인 표현에도 놀랐습니다.

전혀 못드시는 아버지 보는 마음은 안타까웠지만  딸이 끓인 된장과 잔치국수를 달게
드시는 것을 보며 옆에서 권하니 드시는구나, 혼자 아픈 아버지를 돌보며 얼마니
두렵고 힘드셨을까 새삼 코끝이 찡했어요.

토욜 저녁에 서울의 남동새과 여동생 내외도 내려왔습니다.
솜씨 좋고 인정 많은 동생은 불고기와 호박죽을 끓여 왔어요.
남동생은 토욜 서울로 가고 여동생 내외는 일요일 10시차로 올라갔습니다.

27일 월요일 오후 1시 남짓 집을 나서 영대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두달 째 거의 못드신 아버지를 부축하여 차에 태우기가 힘들었지만 겨우 발걸음을
떼시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1차병원 진료 영상을 접수하고 다시 엑스레이 찍고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예약시간 3시를 훌쩍 넘겨 4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대기 환자 전광판에 아버지 성함이
뜨질 않고, 불편하신 아버지는 휠 체어와 일반 의자를 번갈아 옮겨달라하시며
힘들어 하셨어요.
나중엔 바닥에 앉아 기다리겠다고....
간호사에게 바닥에 깔 메트를 부탁했더니 예약한 의사 대신 환자 대기가 적은 주치의를
바꿔 주었고 곧바로  들어가 엑스레이 사진 결과를 들었습니다.
폐에 물이 이렇게 찰 때까지 있었느냐고...
1차 병원에서 들었지만 또다시 절망적인 소견을 듣고 몸도 마음도 무너졌습니다.

병실이 없으니 3월 1일에 연락하겠다고, 2, 3일 병실 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며
코로나 검사 음성이라야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더 힘들었어요.
지하 주차장까지 휠체어로 아버지 모시고 가서 차에 태우기까지 왜 그리 길게 느껴지던지...

차에서 내리는 것도, 대문 문턱을 넘는 것도,  마당에서 계단 너덧 개를 오르는 것도,
특히 한 계단 오르고 주저앉으시며 현관으로 들어서는 모습에 눈물을 계속 훔쳐야했어요.

이튿날인 2월 28일 화요일, 9시 남구보건소 진료시간에 맞춰 코로나 검사 받으러 갈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남동생이 119로 응급실 가는 게 낫다고, 거기서 코로나 검사 받고 입원 날짜도
빨리 잡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응급실에 가면 곧바로 조치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절차가 있더군요.
아버진 그리 응급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무려 1시간 10분 기다려 10시 40분경 들어갔어요..
이후 엑스레이, 시티 촬영, 폐의 물 빼기 등 처치가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폐에 물을 빼기 위해선 등에 주사기를 꽂은 상태로 앉아계셔야 했는데
극도로 쇠약한 아버지께서 견딜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보통 30분 정도 걸린다는데 1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자꾸 누우시려는 아버지를 제 팔로, 나중엔 어깨로 지지하며 힘들게 버텼습니다.
응급실 특유의 위급 상황과 무거운 공기를 견디는 것도 힘들었지만 온갖 줄을 주렁주렁
단 채 웅크리고 계시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묵주를 굴리며 간절히 기도하며 견뎌냈습니다.
뒤늦게나마 가톨릭에 귀의한 것에 감사했어요.

오후 4시 40분 4인실 병실을 배정받아 한시름 놓았습니다.
저녁 7시 허기가 심해 간호사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1시간 약속으로 친정에 가서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습니다.
된장 찌개와 김치가 그렇게 달 수가 없었어요.
엄마께 권하며 함께 저녁을 먹고 부리나케 다시 병실로 달려갔습니다.

3월1일 아침 7시 30분에 간병사가 왔습니다.
자그만 체구의 간병사는 웃음이 밝아 잘 케어 해드릴 것 같아 안심했습니다.
당장 퇴원하시겠다는 아버지께 휴일이라서 안된다며 다독여드리고 친정으로...
아침 먹고 두렵고 불안해 하실 엄마 다독여드리고 포항으로....

3월 2일 목요일 남동생이 내려와 아버지 케어 해드리고
3월3일 오늘 간병사와 교대했다며 형제 단톡방에 경과를 알려왔습니다.
아침에 죽 4/5 공기 드셨고 폐렴 수치 정상, 기침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제일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아버지를 잘 설득하여 월요일 조직 검사 후 화요일 퇴원하시기로 했답니다.

퇴원 후 집에서 아버지 케어할 간병사 구하기,
거처를 햇빛 잘 드는 큰방으로 옮기, 병상용 침대 렌탈 등 해결해야 할 것이 많겠지요.
3월4일 토요일 밀란의 막내가 나올 생각이었는데 아버지 퇴원 후 집에서 뵙는 게
좋겠다며 다음 주로 미뤘습니다.

올해 아흔한 살 고령의 아버지,,,,
음식 제대로 섭취하시지 못한 지가 두 달 훨씬 넘어 몸무게가 20키로 가까이 감량입니다.
허리띠를 제일 안쪽에 걸어도 바지가 줄줄 흘러내릴 정도입니다.
문득문득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젊었을 적, 건강하셨을 적 아버지를 추억했습니다.
쇠잔할 대로 쇠잔하신 아버지를 보는 것이 고통이지만 아흔이 넘도록
건강하셨음에 감사드려야겠지요.

일련의 이 시간들은 아버지와 이별할 순간을 준비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천상가정에 드실 때까지 고통받지 않으시길 기도드릴 뿐입니다.

함빡 봄입니다. 봄은 희망입니다.
어쩌면 대숲이나 마당에서 종다리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란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후에 나의 퀘렌시아 , 첫삽을 뜨며 아버지 회복을 빌고 싶습니다.
저녁엔 '삼삼데이'라 그의 출간을 축하하는 조촐한 삼겹살 파뤼를 할까봐요.
오늘 아침 아버지 경과에 그나마 위안이 되네요.^^



차이코프스키는 1월부터12월까지 매달, 그달에 어울리는음악을작곡해 <누벨리스트>라는
잡지에 부록 형식으로 발표했습니다.
그중 3월에 해당하는음악이 <종달새의 노래>입니다.

종달새는 봄을 상징하는 새입니다.
봄을 그린 음악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새가 바로 종달새입니다.
러시아의 서정시인 마이코프도 봄날의 종달새를 그린 시를 지었습니다.
"들에는 꽃들이 흔들리고 있고 하늘에는 빛의 파도가 출렁인다.
푸르고 끝없는 그곳, 봄날 종달새들의 노래가 가득하다."
차이콥스키는 이 시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습니다.
여기서 차이콥스키는 매우 서정적인 종달새를 그렸습니다.
물론 이 곡에서도 때론 종달새가 즐겁게 지저귀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망스럽지는 않습니다.
조금 바른 탬포로 귀겹게 지저귈 뿐입니다.
그러다가 마치 사색하듯  느리고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진회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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