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열하루 만에 귀가했다.
플록스가 분홍빛 소담스러웠으나 꽃잎 가장자리가 누렇게 말렸고 거실 창쪽 칸나는
가뭄에 잎이 또르르 다 말렸다.
옷갈아입을 틈도 없이 긴 호스를 풀었다.
타들어가는 가뭄에 아침 저녁으로 물을 줘도 땅이 바싹 마른다.
뒤늦게 모종 사서 심었던 블루세이지 너댓 포기는 배배 틀렸다.
대여섯 개의 장독 화분 사파니아들은 줄기 전부 누렇게 비틀려 회생할까 싶었으나 간절한 마음으로
물을 흠뻑 주었다.
돌채 앞 화단의 수국 서너 그루가 타들어가 내 마음도 타들어갔다.
뜻밖에 예보에 없던 비가 흠뻑 내려 해갈되었다.
마음이 한결 넉넉해진다.
세차게 내너던 비는 저녁나절에 그쳐 그길로 호미와 낫을 들었다.
비에 젖어 축축한 방수 바지에 윗도리는 끈 원피스에 긴 점퍼를 걸쳤다.
늘 입던 일복 긴 셔츠는 물이 뚝뚝 흘러 입을 수 없었다.
3시간 워크 홀릭 후에야 비칠 걸음으로 흙칠갑된 옷을 벗었다.
1시간 먼저 나간 그는 날 대신 가는 플라스틱 끈을 끼운 예초기를 돌려 쿠라피아 라운지를 비롯 무성한 잡초를
말끔하게 정리했다.
경계인 기왓장이나 돌 주변까지 바짝 깎을 수 있어 예초기 날보다 훨씬 효과적이란다.
아침 6시, 홀린 듯이 마당에 나섰다.
오늘은 서울에 가야하므로 일을 할 수 없으므로 잠옷 바람에 슬리퍼를 신고서.
그런데! 무려 2시간 여 전지가위와 낫을 들고 흙칠갑을 했다.
젖은 땅에 흙범벅 구부러진 슬리퍼가 자꾸 벗겨져 아예 맨발로..
"서울 안 가나?"
뒤늦게 나온 그의 일갈에 정신을 차렸다.
불광불급! 이성적으론 이만한 정원을 어찌 가꾸겠는가?
아침 먹고 그가 내려준 냉커피까지 여유롭게 마시고 포항역으로~~
용옥이와 서울예에서 만나 예술의 전당 샤갈전 보러간다.
벌써 8년 되었나..딸 둘과 남프랑스 여행 때 샤갈 혼이 묻어있는 마을에 들렀던 게..
그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서와 독특한 색감과 이미지를 기대한다.
내일 기란, 경숙 모임 마치고 늦은 밤에 귀가 예정이다.
서울 가는 길에 친구들 두루두루 만나고 와야지..
적어도 이틀간은 손에 흙 묻히지 않아도 되겠다. | |
